업주가 실수해도, 구제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
며칠 전 아주 건장하고 핸섬한 필리핀 이주노동자 ‘패트릭’(가명)이 상담소를 찾아왔다. 얼굴엔 황당함과 도움을 절실히 원하는 모습을 한 가득 담은 채. 상담을 해보니 사연인즉 이러하였다.
패트릭은 2006년 7월 한국에 고용허가제(E-9-2)로 입국을 해 제조업에서 근무를 하며 매달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거의 모든 월급을 송금하고 있는 전형적인 이주노동자였다. 패트릭은 한국 입국 후 지난 3년 동안 다른 이주노동자들처럼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이직을 하곤 했었다. 다행히 근무 기간 3년이 끝나갈 무렵 근무 환경과 조건이 맞는 회사를 찾아 현재까지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다른 이주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재고용을 해줘서 한국에 재입국하기를 원하고 있었으며, 회사측 또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른 6월 15일 패트릭은 회사 관계자에게 비자만료일인 7월 10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약속대로 고용지원센터에 재고용신고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잠시만 기다리라고만 했다.
패트릭은 시간이 없다고 회사 측에 거듭 얘기를 했지만 회사 관계자의 입에선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어느덧 비자 만료 일주일전 회사 측에서 재고용신고를 하겠다고 하며 패트릭과 함께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했다. 하지만 고용지원센터에서는 재고용신청 기한을 넘겼기 때문에 안된다고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상담을 받고 나서 다른 고용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아보았다. 담당직원은 사업주가 고용허가제 취업자의 재고용을 원할 경우 2009년 7월 1일부터는 비자만료 30일 이전까지 등록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사항을 충분히 사업장으로 홍보를 했다고 고용지원센터측에서는 말을 하고 있지만 사업주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물론 정책적으로 그러하다면 사업장에서는 따라야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경제 사정상 이주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영세사업장이 미래가 아주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재고용을 30일 이전까지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사업장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 편의만을 위한 건 아닐까? 이런 영세사업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노동자들에게 월급 주기도 바쁜 상황에 어떻게 세세한 사항들을 숙지해 얼마나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이러한 정책들 때문에 또 피해를 보는 건 아주 나약하고 힘없는 이주노동자들뿐 아닌가.
이주노동자들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인데 제도적으로 그러하니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이고 무책임한 게 아닐까. 이주노동자들에게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하는 상담소의 일원으로서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말에 고개를 떨구고 돌아서는 패트릭. 그의 뒷모습 때문에 내 가슴엔 구멍이 하나 생겼다. / 상담팀 케빈
























